정우성, 이정재 투탑을 보게 되다니.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난다. 어느 해 연말 시상식에서 정우성, 이정재가 같이 나와서 둘이 함께 만드는 영화에 대해 언급한 기억이 있다.
두 배우에 대해 평소 좋아는 했지만, 그런 소식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나는 그저 흘려보냈다.
'뭐 언젠가 같이 영화 찍나 보다.' - 정도의 시큰둥한 마음이 있었다. 팬들은 이미 영화 제작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내용도 모르지만 단지 정우성, 이정재 이 두 배우가 한 영화에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설레이는 일인가.
브레드 피트 와 키아누 리버스 가 나오는 영화 정도 일까. 한국인이라면 그 보다 더 설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기전, 별다른 정보 없이 보러 가면서 설레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특히 이정재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덕분에 해외에서 까지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른 상태 니까. 어쩌면 이 영화가 해외 수출에도 한몫을 했지 않을까 싶다. (자세한 실제 정보는 없다)
약간의 스토리
군부 쿠테타로 집권한 지도자가 통치 중인 대한민국. 안기부의 해외팀 차장, 국내팀 차장이 주연을 맡고 있다. 시작은 해외에서 방문 중인 대통령 암살 시도가 있었다. 배후를 찾기 위해 두 차장은 의견 대립도 하며 협력도 하며 전개된다.
북한에서 망명한 핵개발 사업 책임자 표부장. 그는 안기부 내에 첩자가 있다는 정보를 흘리고 살해당한다.
이로써 안기부의 두 차장은 더욱 대립에 각을 세운다.
와중에 새로 부임한 안기부장은 국내팀 김정도 차장에게 해외팀 요원들을 조사하라고 시킨다. 이로써 둘의 힘 겨루기는 극단에 다다르게 된다. 이후는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후략한다.
어떤 점이 볼만한가.
조금의 설정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과거의 어느 대통령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역사물은 아니다. 어느 정도 설정을 가져왔을 뿐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누가 보더라도, 역사를 알고 있는 그 누가 보더라도 누군가를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역사적인 사실의 옳고 그름을 말하고자 하는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어느 나라의 독재자라고 하더라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해야 한다. 물론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의 비슷한 역사가 있었다는 것도 절대 간과할 부분은 아님이 확실하다.
어느 정도는 '대체역사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내용이다.
스토리의 기. 승을 이어가며 주된 갈등은 그것이다. '과연 누가 첩자인가.' 막 엄청난 반전은 아닐지 몰라도 나는 개인적으로 밝혀 지기 전까지는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본인이 그런 반전 물 추리에 약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에게는 반전이었다. 누구에게는 뻔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사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Why? 일 것이다. 왜 그는 그렇게 지도자 가까운 곳에까지 올랐으면서 대체 '왜?' 그래야 했을까.
이런 고민과 갈등이 이야기의 주된 핵심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기승전에 가까울수록 그런 궁금증과 함께 '왜?'라는 이유를 관중에게도 던져 주고 있는 듯하다.
두 주연은 잘 생겼다. 그리고 연기도 잘한다. 이런 정상급 두 배우가 보여주는 '갈등'은 실로 압권이다.
액션은 조금 아쉽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또 좋았기도 하다. 특히 초반에 나오는 날 것의 육탄전은 매우 좋았다. 얼마나 좋았던지 영화 예고편에도 계속 나와서 그것만 기억에 남았다.
내가 가졌던 '아쉬움'은 이 육탄전 장면 이후에 그만큼의 충격을 주는 힘이 빠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예고편에 그게 다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그 이후 액션 장면이 더 별로는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날 것'의 무언가가 더 이상은 나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총평
다시 한번 더 언급하고 싶다. 국내 정상급 두 배우가 한 영화에서 그것도 서로에게 갈등을 하는 영화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만 하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잘 생겼다'.
이야기 전개도 괜찮다. 극후 반부에서는 약간 늘어진다 싶기도 하지만 나름 괜찮다. 어느 정도의 역사적 설정. 대체역사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이야기의 신선함.
액션 장면도 앞서에는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사실 나쁘지는 않다. 잘 만들어지고 잘 다듬어졌다. 다만 '조금 아쉬움' 이 있다는 거다.
영화관을 나오며 '호쾌함'의 여운이 남을 정도였으니 평균 이상은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야기에도 여운이 남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왜?'라는 생각할 거리를 주는 듯했다. 과연 그 당시에 누군가는 그랬을까? 싶은 마음도 들고.
매우 호평을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시간 낭비는 아닌 좋은 영화라고 총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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